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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왜 "왜 이런 걸 사 왔어"라고 말할까

by sasano 2026. 5. 28.

한국 사람들은 왜 "왜 이런 걸 사 왔어"라고 말할까

선물을 받았을 때 사람은 보통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반응을 자주 보았습니다.

분명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걸 사 왔어.”
“괜찮은데 뭘 또 이런 걸 샀어.”

처음에는 그 말이 정말 부담스럽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상대가 불편해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괜한 일을 한 건가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싫다는 뜻이 아니라, 고마움이 너무 커서 오히려 미안해지는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느꼈던 한국의 선물 문화와 그 안에 담긴 ‘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시댁에서 들은 "왜 이런 걸 사 왔어"

처음 시댁에 갔을 때 저는 정말 많이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였기 때문에 실수하고 싶지 않았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가족 한 사람당 하나씩 따로 고르고, 남편과 함께 취향도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정성껏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돈도 꽤 많이 썼습니다.
그만큼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물을 보시자마자 예상했던 반응과 전혀 다른 말들이 돌아왔습니다.

“다 뭐야?”
“왜 이런 걸 사 와?”
“뭐가 이렇게 많아.”
“나는 이런 거 안 쓰는데.”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속으로
‘내가 진짜 이상한 걸 샀나?’
‘마음에 안 드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웃으면서 하시는 말도 아니고 정말 화가 난 것처럼 말씀하셔서 솔직히 조금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분명 남편과 함께 가족들 취향에 맞춰 열심히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괜한 일을 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순간 후회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사실은 정말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솔직히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도대체 뭐지?’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좋아하면서도 미안해하는 한국 사람들

결혼하고 15년 정도 지나니 저도 이제는 그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시어머님이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며칠 저희 집에 계신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바빴고, 저와 시어머님 둘이 시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계속 생선을 보고 계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왠지 회가 드시고 싶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님, 오늘은 회 먹어요.”
라고 하며 큰 회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이 꽤 비쌌습니다. 한 3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님은 계속
“아니다, 비싸다.”
“사지 마라.”
“나는 안 먹고 싶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사 드렸습니다.

집에 와서 남편까지 함께 회를 먹게 되었는데, 시어머님은 남편에게
“내가 사지 말라고 했는데 이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샀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또 괜히 마음이 복잡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님은 단순히 비싸서 그러신 것이 아니라, 아들의 돈으로 그렇게 비싼 것을 사게 했다는 미안한 마음도 함께 있으셨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그냥 가만히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돌아가신 아버님과의 결혼기념일이었다는 것을요.

아마 그래서 더 회가 드시고 싶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시어머님은 저희 집에서 먹었던 회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고 합니다. 정말 맛있게 드셨었다고, 그날이 참 좋았다고 이야기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괜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왜 좋아하면서도 먼저 “사지 마라”, “괜찮다”라는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돈과 마음을 쓴 것 자체를 고맙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미안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부담스럽고, 좋아도 괜히 먼저 말리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정’은 왜 말과 다르게 표현될까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좋으면 그냥 좋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 왜 먼저
“왜 이런 걸 샀어.”
“나는 이런 거 필요 없는데.”
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정말 싫다는 뜻이라기보다, 오히려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더 가까웠다는 것을요.

한국에서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형식적인 감사 표현보다 감정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굳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나 때문에 돈 쓰게 해서 미안하다.”
“그 마음은 정말 고맙다.”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섞여
“왜 이런 걸 샀어.”
라는 말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일본도 조금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너무 고마우면 오히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국 사람들은 왜 좋아하면서 저런 말을 할까 신기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본도 참 이상한 문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가장 큰 감정은 “고맙다”인데, 일본은 그것을 미안함으로 표현하고, 한국은 부담스럽다는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쩌면 두 나라 모두 상대의 마음을 크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먼저 보이고, 한국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표현들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조금은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좋아서 주고, 고마워서 미안해하고, 미안해서 괜히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제가 한국에서 느낀 ‘정’이라는 문화에 가장 가까운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무리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의 표현이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는 마음이 클수록 말이 오히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고마우면 괜히 부담스럽고, 미안하고, 그래서 편하게 툭 말해 버리는 것.

처음에는 차갑게 느껴졌던 말들이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만 나오는 표현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문화는 달라도 결국 사람 마음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그 안에는 모두 상대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