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밥을 먹고 계산할 때의 분위기였습니다.
누군가는 카드를 먼저 꺼내고, 누군가는 말리면서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다음에는 꼭 자신이 사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싸우는 줄 알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친구끼리 자연스럽게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본에도 누군가 밥을 사주는 문화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서로 계산하려고 끝까지 실랑이를 하는 분위기는 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그 문화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사주는 문화”와 그 안에 담긴 관계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싸우는 줄 알았다
처음 한국 사람들과 밥을 먹었을 때 저는 계산하는 분위기에 정말 놀랐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서로 카드를 꺼내고,
“내가 낼게.”
“아니야, 내가 살게.”
하며 계속 실랑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친구끼리 밥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각자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특별히 초대한 자리가 아니라면 더치페이가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그런 모습을 봤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한 번은 누가 계산을 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 카드까지 뺏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싸우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밥을 사는 행동 자체가 “나는 당신과 가까운 사람이다”라는 표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사주려고 하고, 또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왜 받기만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까
그런데 저는 그 문화가 꽤 어려웠습니다.
누군가 밥을 사주면 다음에는 꼭 제가 사야 할 것 같았고, 뭔가를 받으면 저도 바로 다시 뭔가를 드려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앞집에서 떡을 주시면 저도 집에 있는 과자라도 챙겨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커피를 사주면 다음에는 꼭 제가 사야 할 것 같았고, 작은 선물을 받아도 “나도 뭔가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받기만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일본의 더치페이 문화가 그리워질 때도 있었습니다.
각자 계산하면 괜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관계 속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많이 냈는지, 다음에는 누가 사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밥을 사주는 문화는 아직도 조금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사주면 괜히 미안하고, 그렇다고 계속 제가 계산하려고 하면 그것도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누군가 사주기 전에 제가 먼저 계산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받는 쪽이 되는 것이 괜히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얻어먹는 것이 편할 수도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신경 쓰일 때가 많았습니다.
아마 저는 아직도 그 적당한 거리와 온도를 배우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잘 받아주는 것도 관계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조금씩 알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받았으니까 돌려받아야지”보다, “내가 주고 싶어서 준다”는 마음이 더 큰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저도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고 고마운 사람에게는 뭔가를 사주고 싶고, 챙겨 주고 싶어 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그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주면 저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며칠 전에도 제가 일하는 편의점에 친구가 놀러 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음료수를 하나 주려고 했는데, 친구는 미안했는지 부담스러웠는지 계속 괜찮다고 하며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저는 조금 서운했습니다.
그냥 맛있게 받아주면 저도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괜히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도 조금씩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주고 싶고, 사주고 싶고, 챙겨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상대가 기쁘게 받아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것이라는 것을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더치페이를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더치페이가 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계산을 너무 딱 나누면 조금 정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돈 계산도 단순한 정산이 아니라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밥을 사주고, 음료수를 건네고, 계산을 먼저 하려는 행동 속에는 “나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감정이 함께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무리
처음에는 한국의 “사주는 문화”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뭔가를 더 주고 싶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고, 혼자 계산하게 두고 싶지 않은 마음.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통해 관계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