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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더 먹어”를 들으며 일본 밥그릇이 작게 보였다

by sasano 2026. 6. 2.

일본에서 밥그릇이 작게 느껴졌던 이유

한국에서 오래 살다가 오랜만에 일본에 갔을 때였습니다. 식탁에 놓인 밥그릇을 보는데 이상하게 너무 작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크기인데, 마치 장난감처럼 낯설게 보였습니다. 그 순간 문득 한국에서 처음 시댁 밥상을 받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시댁에서 처음 받은 밥 한 그릇

한국에 와서 처음 시댁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밥상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밥그릇에 밥을 넘칠 만큼 담아 주셨는데, 처음에는 그 양만 봐도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겨우 다 먹고 나면 바로 “더 먹어”, “이것도 먹어 봐”라는 말이 이어졌고, 반찬도 계속 제 앞으로 옮겨졌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배는 조금 덜 부른 정도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배우며 자랐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이려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배부르게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쪽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식사 후의 모습도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남은 반찬을 다시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 식사 때 자연스럽게 다시 꺼내 먹는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경우가 많고 남은 음식도 비교적 빨리 정리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문화 차이를 크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배고프지 않게 챙겨 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성과 대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족하지 않게 먹이고, 더 먹으라고 권하고, 밥상을 넉넉하게 차리는 것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다고만 느껴졌던 그 한 끼 식사가, 나중에는 한국식 정을 가장 강하게 느꼈던 기억 중 하나로 남게 되었습니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를 크게 키우고 싶어 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또 한 번 크게 느낀 것은 체격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가 키가 크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주변 엄마들을 보면 성장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챙기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자주 했고, “잘 먹어야 키 큰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물론 아이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한국은 그 관심과 열정이 훨씬 크고 적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예전 일본에서 보던 한국 사람들의 이미지는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도 외국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에서 오래 살아 보니 단순히 날씬하다기보다 기본 체격 자체가 큰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온 뒤 몸이 단단해지고 어깨가 넓어진 경우가 많아 보였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덩치가 큰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체격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요즘은 바쁜 학원 생활과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편의점 음식이나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한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무조건 날씬한 이미지라고만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수능이 끝난 뒤 다이어트를 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학생들도 자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도 한국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를 건강하고 크게 키우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먹는 것과 성장에 신경을 쓸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밥을 잘 먹으면 괜히 안심이 되고, 음식을 만들 때도 부족하지 않게 넉넉히 준비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간 일본에서 다시 본 밥그릇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다 오랜만에 일본에 갔을 때였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데 문득 밥그릇이 너무 작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늘 사용하던 익숙한 그릇인데, 한국에서 보던 밥그릇에 익숙해진 뒤라 그런지 마치 소꿉놀이 장난감처럼 작고 아담하게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그 순간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평소처럼 밥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계속 밥을 더 먹겠다고 해서 결국 엄마가 다시 밥을 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특별히 많이 먹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일본에 와 보니 확실히 먹는 양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차이를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오히려 조금 마르고 작은 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아이들 체격이 가장 커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 우리도 한국 식문화에 정말 많이 익숙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저는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 키가 크길 바라고, 튼튼하게 자라길 바라며 잘 먹이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일까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저 역시 음식을 만들 때 부족하지 않게 넉넉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일본 집에서 작은 밥그릇을 보며 느꼈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아주 작은 생활 습관 속에서도 조금씩 그 나라의 문화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밥그릇의 크기는 단순히 그릇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한 나라가 사람을 대접하는 방식, 가족을 챙기는 방식,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적당히 먹고 깔끔하게 끝내는 식사가 익숙했습니다. 그것도 분명 배려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더 넉넉하게 차리고, 부족하지 않게 먹이고, 배고프지 않게 해 주는 것이 또 다른 배려였습니다.

오랜만에 일본에서 작은 밥그릇을 보며 낯설다고 느꼈던 것은, 제가 한국의 양에 익숙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저도 음식을 조금 넉넉하게 준비하고, 아이들이 잘 먹으면 안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작게 느낀 것은 밥그릇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밥그릇을 바라보는 제 기준도, 한국에서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달라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