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물건을 사도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가격이 같고, 얻는 이익도 비슷한데 이상하게 만족감은 다를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저는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그랬고,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을 볼 때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참외를 사러 갔던 날, 문득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외 세 개를 더 주셨다
어제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트럭에서 참외를 파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날씨도 덥고 참외가 먹고 싶어서 한 봉지를 샀습니다.
가격을 계산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참외를 몇 개 더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서 봉투에 참외 세 개를 더 넣어주셨습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옆에 쌓여 있던 자두를 가리키며 "이것도 맛 한번 보세요." 하시더니 자두 두 개까지 봉투에 넣어주셨습니다.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실 참외 세 개와 자두 두 개가 엄청난 금액은 아닙니다. 아저씨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비스로 줄 수 있는 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단순히 물건을 더 받아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아저씨가 가격을 천 원 정도 깎아주셨다면 분명 고맙기는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참외를 세 개 더 넣어주시고, 자두도 맛보라며 챙겨주시는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입니다.
열 개를 사러 갔는데 열세 개가 되었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두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싸게 샀다"는 생각보다 "많이 얻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시장에서 생선 사도 세 마리를 더 주셨다
참외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제 시장에서는 반건조 가자미를 샀습니다. 자주 가는 가게이긴 하지만 특별한 단골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가게 할머니는 갈 때마다 생선을 몇 마리씩 더 넣어주십니다.
이번에도 계산을 마치고 나니 가자미 세 마리를 더 주셨습니다.
"이것도 가져가."
너무 자연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생선 몇 마리 때문에 엄청난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좋습니다.
일본에서도 친절한 가게는 많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살 때 무언가를 더 받는 경험은 한국에서 훨씬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가격을 깎아주는 것과 물건을 더 주는 것은 결국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의 기분은 다릅니다.
돈을 절약했다는 기분보다 누군가가 조금 더 챙겨주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장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합니다.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까지 함께 오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시장을 좋아합니다. 물건을 사러 갔다가도 가끔은 기분 좋은 마음까지 함께 받아오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떠오른 생각
저는 지금 남편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조트 안에 있는 작은 편의점이지만 행사 상품은 꽤 많은 편입니다. 남편도 행사 상품 위주로 주문하기 때문에 매장 곳곳에 1+1이나 2+1 상품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만히 보면 원래부터 두 개나 세 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 것 같은 경우도 많습니다. 음료 하나를 사러 왔다가 2+1 행사 상품을 보고 두 개를 집는 분들도 있습니다. 과자 하나만 사려고 했다가 행사 상품이라서 여러 개를 들고 계산대로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계산을 하면서 손님들이 웃으며 말할 때도 있습니다.
"또 괜히 많이 샀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웃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원래는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결국 두 개를 사고 하나를 더 받아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손님들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더 얻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1+1이나 2+1이라고 적혀 있으면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어차피 사야 하는 거니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지금 사면 하나를 더 받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시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참외를 사는데 세 개를 더 받고, 자두도 맛보라며 두 개를 더 받았습니다. 생선을 사러 가면 몇 마리를 더 챙겨주기도 합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할인 자체가 아니라 '하나 더 받는 기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1+1과 2+1이 단순한 행사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덤을 받았을 때 느꼈던 기분과 어딘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익은 비슷한데 기분은 다르다
일본에도 할인은 많습니다. 마트에 가면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고, 편의점에서도 가격을 낮춘 상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물건을 싸게 샀을 때는 “오늘은 돈을 아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덤을 받을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참외 세 개를 더 받고, 자두 두 개를 맛보라고 받았을 때 저는 “돈을 아꼈다” 기 보다 “예상보다 많이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계산해 보면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을 깎아 주는 것과 물건을 더 주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할인은 가격표에서 돈이 줄어드는 느낌이라면, 덤은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덤은 단순한 할인보다 더 직접적으로 기분 좋게 느껴졌습니다.
편의점의 1+1이나 2+1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할인 행사이지만, 손님들은 “싸게 샀다”보다 “하나 더 받았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어느새 그런 기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장을 볼 때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일본에서는 싸게 샀고, 한국에서는 많이 얻었다고 말입니다. 같은 이익이라도 마음에 남는 느낌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마무리
생각해 보면 할인도 덤도 결국은 소비자가 조금 더 이익을 보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느낌은 달랐습니다.
일본에서는 싸게 샀다는 만족감이 컸고, 한국에서는 예상보다 많이 받았다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돈으로 계산하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사람 마음은 꼭 계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참외 세 개와 자두 두 개, 그리고 시장에서 받은 가자미 몇 마리는 아주 큰 선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작은 덤 때문에 하루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1+1 상품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사람은 가끔 싸게 사는 것보다 하나 더 얻는 기분에 더 크게 웃게 되는 것 같습니다.